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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 문서 받고도 “뜯어보지 않았다”…정읍시의회, 침묵으로 책임 회피

이학수 정읍시장을 둘러싼 의혹이 적시된 문서가 정읍시의원들에게 발송됐지만, 정작 집행부를 견제해야 할 의원들은 “서류를 뜯어보지 않았다” “내 일이 아닌 것에 관심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놓으며 파장을 차단하는 데 급급한 모습이다.
의회가 집행부의 수장을 감시하기는커녕 ‘모른 척’으로 시간을 버는 사이, 시민의 분노와 불신만 증폭되고 있다. 견제와 균형을 외치면서 정작 의혹 앞에서는 입을 닫는다면, 그 침묵은 무책임을 넘어 방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외면은 곧 동조”라는 말이 왜 나오는지, 정읍시의회가 스스로 증명하는 형국이다.
의원들에게 전달된 문서에 적시된 의혹은 크게 세 갈래다. 첫째는 이학수 정읍시장의 ‘이해충돌 방지 의무’ 위반 가능성, 둘째는 농지법 위반 의혹, 셋째는 본인과 가족의 재산 급증 논란이다.
첫 번째 의혹은 이학수 시장 부부가 100% 지분을 보유한 (주)경보통신 관련 사안이다. 문서에 따르면 (주)경보통신은 2022년 매출이 27억 8천만원으로 신고됐고, 이학수 시장 취임 2년차인 2023년에는 매출 50억 4천만원으로 81% 증가했다. 2024년에는 약 60억으로 기재돼 2년 사이 매출이 32억원 늘어난 것이다. 문서 작성자는 정읍시 곳곳에서 진행되는 지중화공사에 (주)경보통신이 참여해 매출을 올리고 이익을 취했다면, 정읍시 예산이 투입되는 공사에 시장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회사가 관여한 셈이어서 ‘이해충돌 방지 의무’위반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주)경보통신은 최근 1년간 나라장터 입찰 156건에서 낙찰 0건이며 주요 거래처인 (주)케이티와의 수의계약이 매출의 96.90%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이학수 시장은 취임 후 정읍시 관내 (주)크린앤사이언스 주식 3,000주를 거래한 사실도 있다. 시장이 관내 기업 주식을 거래했다면 직무 관련성 및 이해관계 충돌 소지가 생길 경우 공직자 윤리 강령 위반 및 이해충돌방지법 저촉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다. 이해충돌방지법 제1조(목적)는 “공직자의 직무수행과 관련한 사적 이익추구를 금지함으로써 이해충돌을 방지하고 공정한 직무수행과 국민 신뢰를 확보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두 번째 의혹은 농지법 위반 가능성이다. 이학수 시장은 2024년 10월 11일 정읍시 정우면 대사리 1610, 1611, 1630 등 3필지를 매입했다. 시장 업무 특성상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일정이 빽빽한데, 약 20KM 거리의 농지에 실제로 상시 경작을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의문이다. 만약 직접 경작을 하지 않으면서 영농계획서를 거짓으로 제출했다면 농지법 위반이 될 수 있다. 농지는 소유보다 이용이 핵심이다. 땅을 샀는가보다, 실제로 경작했는가가 관건이다.
세 번째 의혹은 재산 급증 문제다. 이학수 시장은 2022년 7월 1일 취임 당시 신고 재산이 약 7억 5천만원이다. 이 재산이 2024년 12월 31일 기준 약 13억 5천만원으로 증가했다. 문서 작성자는 “취임 직후부터 선거법 위반 수사와 재판을 받으며 수십억원으로 추정되는 변호사비를 사용한 상황”을 언급하며, 그럼에도 30개월 만에 재산이 2배로 늘어난 점을 문제 삼았다. 단순히 증가했다는 사실보다, 증가의 경로가 무엇인지가 핵심이다.
문서는 가족 재산 변동도 구체 수치로 적시했다. 이 시장의 차남 재산이 -309,933,000에서 242,017,000으로 신고돼 1년 6개월 만에 551,950,000원이 늘어났다. 일반 서민들이 보기에는 ‘마법 같은 재산 증식’ 테크닉이다. 공직은 봉사를 전제로 한다고 말해왔지만, 시민의 눈에는 “봉사를 약속한 자리가 재산 증식의 실험실로 변한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남는다.
이와 관련해 이학수 시장은 본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이 시장은 “(주)경보통신은 정읍시 지중화 공사를 10원도 한 적이 없다. (주)케이티 협력업체로서 타 지역 공사를 해서 수익을 올렸다”고 주장했다. (주)크린앤사이언스 주식 거래에 대해서도 “손해를 봤고, 당시 관내 업체인 줄 몰랐다”고 강조했다. 농지법 위반 의혹에는 “직접 경작했다”고 답했고, 재산 급증 논란에 대해서는 “적법하게 신고한 소득 증명이 있으며, 모든 사항을 소명할 수 있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주장했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시민이 묻는 질문은 단순하다. 시장이 정말 떳떳하다면, 의혹 문서를 작성·유포한 주체에 대해 정식으로 수사를 의뢰하고, 시민 앞에서 자료로 해명하는 것이 가장 정공법이다. 말로만 “문제 없다”를 반복할수록 의혹은 더 커지고, 신뢰는 더 빠르게 증발한다.
정읍시의회의 태도는 더 심각하다. 의혹 문서를 ‘열지 않았다’는 말은 면책이 아니다. 오히려 직무유기 선언에 가깝다. 의회는 시장을 감싸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시민의 세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권력이 사익과 엉키지 않았는지 확인하라고 시민이 권한을 위임한 기관이다. 그럼에도 의원들이 쉬쉬하며 “나와 무관하다”는 태도를 보인다면, 시민은 의회가 견제기관인지, 권력의 울타리인지 헷갈릴 수밖에 없다. ‘견제와 균형’이라는 구호가 공허한 장식으로 전락하는 순간이다.
정읍시의회는 지금이라도 행동해야 한다. 시장에게 공식 해명을 요구하고, 의혹 문서에 적시된 수치와 거래·계약·경작·재산 변동의 근거 자료 제출을 요구해야 한다. 그 과정과 결과를 시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이것이 의회의 책무다. 시민의 분노를 외면하는 정치가 오래 갈 수는 없다.
김성민 기자 ksm950080@gmail.com
창미디어그룹 시사의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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