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롤렉스·성형 게이트’ 불길…지지율 0% 디나 볼루아르테, 거리로 터져 나온 페루의 분노

시사의창 2025. 5. 31. 09:58


빈곤율 30% 넘는 나라에서 사치 논란 증폭, 야권 탄핵·조기 대선 카드 만지작

“빈곤에 허덕이는 국민 앞에 대통령은 사치에 빠졌다”는 구호가 리마 중심가를 뒤덮었다.

29개월째 이어진 반정부 시위는 볼루아르테 정권의 유혈 진압·부패 의혹에 성형·롤렉스 스캔들까지 겹치며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시위대는 대통령궁으로 행진하며 즉각 사퇴와 조기 선거를 요구했고, 일부 시민은 새로 선출된 교황 레오 14세에게 중재를 호소했다. 

논란의 뿌리는 2023년 6월 29일부터 7월 9일까지 이어진 ‘열흘의 실종’이다. 당시 대통령은 별다른 공지 없이 자취를 감췄고, 야당은 “직무유기”라며 탄핵안을 제출했다. 이후 대통령실이 과거 사진으로 SNS를 도배해 공백을 숨기려 한 정황까지 드러났다. 

침묵을 깨뜨린 이는 집도의 마리오 카바니였다. 그는 최근 TV 인터뷰에서 “코 성형·하안검·지방이식 등 4건은 순수 미용 목적”이라며 “진정제를 맞던 환자는 여러 차례 의식을 잃었다”고 폭로했다. 볼루아르테가 “기능적 수술”이라고 해명한 주장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여기에 ‘롤렉스게이트’가 기름을 부었다. 독립 매체들은 대통령이 최소 14개의 고급 시계를 착용했으며, 시가 1만 9,000달러에 달하는 롤렉스도 포함됐다고 폭로했다. 자산신고 누락 의혹이 커지자 경찰과 검찰은 올 3월 관저·집무실을 압수수색했고, 대통령은 “친분 있는 주지사에게 빌렸다”는 해명으로 말을 바꿨다. 국회 조사위는 4월 탄핵안 심사를 개시했지만 여야 대치로 처리 시점을 잡지 못하고 있다. 

분노가 큰 이유는 생활고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24년 페루 인구의 31.3%가 하루 6.85달러 이하로 살아간다. 팬데믹 이전보다 빈곤율이 높아진 상황에서 최고권력이 명품 시계와 비공식 성형에 몰두했다는 사실이 국민 감정을 건드렸다. 

민심은 숫자로도 드러난다. 입소스가 이달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볼루아르테 국정 지지율은 2%에 그쳤고, 북부 광산지대에서는 ‘0%’라는 초유의 결과가 나왔다. 조사 책임자인 기예르모 롤리는 “30년 조사 경력에 이런 극단적 불신은 처음”이라며 “역사상 가장 비효율적인 정부”라고 잘라 말했다. 

자유페루당 등 야권은 탄핵 및 헌법소추안을 검토 중이다. 만약 가결되면 대선·총선은 2026년 4월로 앞당겨진다. 볼루아르테 집권 이후 총리만 12명이 교체된 ‘회전문 내각’과 군부·경찰의 유혈 진압이 겹치면서 정치 불안이 상수로 굳어졌다. 

정치적 교착과 경제적 불안이 맞물리면서 페루가 또 한 번의 권력 공백으로 치닫고 있다.

김성민 기자 ksm950080@gmail.com
창미디어그룹 시사의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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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렉스·성형 게이트’ 불길…지지율 0% 디나 볼루아르테, 거리로 터져 나온 페루의 분노 - 시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이 지난 2월 수도 리마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_연합뉴스)[시사의창=김성민 기자] “빈곤에 허덕이는 국민 앞에 대통령은 사치에 빠졌다”는 구호가 리마 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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