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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추석 밥상에서 대한민국을 보았다

시사의창 2026. 9. 26.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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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는 넘쳐나는데, 국민의 삶은 왜 여전히 고단한가

창미디어그룹 시사의창 김성민 발행인

추석 연휴가 저물어간다. 고향을 찾았던 사람들은 다시 일터와 삶의 현장으로 돌아가고 있다. 짧은 만남의 아쉬움을 뒤로한 채 고속도로에 오른 사람도 있고, 가족을 배웅한 뒤 적막해진 집에서 다시 일상을 준비하는 이들도 있다.

명절은 한 사회의 민낯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시간이다.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면 자연스럽게 사는 이야기가 오간다. 자식 걱정, 부모 건강, 직장 문제, 장사 이야기, 집값과 대출, 교육비, 노후 걱정이 밥상 위에 올라온다. 정치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추석 밥상에서 가장 무거웠던 것은 정치 그 자체가 아니라 결국 ‘먹고사는 문제’였을 것이다.

정부도 추석을 앞두고 물가안정을 민생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행정안전부는 9월 11일부터 27일까지를 추석 물가안정 특별대책기간으로 지정했고, 농림축산식품부도 사과·배·소고기·계란 등 13개 성수품을 평시보다 1.6배 확대 공급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정치권 역시 추석을 앞두고 앞다퉈 ‘민생’을 외쳤다.

물가를 잡겠다는 정부의 노력은 당연히 필요하다. 정치권이 민생을 이야기하는 것도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국민의 삶은 정책 발표문만으로 바뀌지 않는다.

시장에서 장을 보는 주부가 느끼는 물가는 통계표와 다를 수 있다. 작은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에게 중요한 것은 소비자물가지수 몇 퍼센트가 아니라 오늘 하루 몇 명의 손님이 들어왔느냐다. 월급생활자에게 중요한 것은 경제성장률 숫자가 아니라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대출이자와 관리비, 교육비다.

정치와 국민 사이에 생기는 가장 위험한 간극이 바로 여기에 있다.

정치는 숫자로 설명하지만 국민은 생활로 판단한다.

명절이면 정치인들은 전통시장을 찾는다. 상인들과 악수하고 장바구니를 들고 사진을 찍는다. 귀성객에게 손을 흔들며 민심을 듣겠다고 말한다. 명절이 끝난 뒤에도 그 시장과 골목을 기억하고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민생은 명절용 단어가 아니다.

선거 때마다 등장하고 명절 때마다 반복되는 구호가 돼서는 안 된다. 정치가 존재하는 이유는 거창하지 않다. 국민이 어제보다 조금 더 안정된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것, 열심히 일하면 최소한의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만드는 것, 노후와 질병과 실패 앞에서 한 인간이 완전히 무너지지 않도록 사회가 안전망을 만드는 것이다.

그것이 정치의 역할이다.

그러나 오늘 우리의 정치는 너무 많은 에너지를 상대를 공격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여당은 야당을 비난하고 야당은 여당을 공격한다. 정치인은 매일같이 카메라 앞에서 상대 진영의 잘못을 설명한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적으로 규정하고 혐오의 언어를 쏟아낸다.

그 사이 국민의 삶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청년들은 좋은 일자리를 찾아 헤매고,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세대가 늘어나고 있다. 지방에서는 학교와 병원이 사라질 것을 걱정하고, 농촌에서는 일할 사람을 찾기 어렵다. 중년은 자녀와 부모를 동시에 책임지고, 노년층은 길어진 노후를 걱정한다.

이 문제들은 진보와 보수 어느 한쪽 국민에게만 찾아오는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정치가 다시 물어야 한다.

우리는 누구를 위한 정치를 하고 있는가.

정치는 국민을 편으로 갈라놓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고, 약자를 보호하며 공동체가 함께 살아갈 길을 만드는 것이 정치의 본령이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하루아침에 세상이 달라질 수는 없다. 어떤 정부도 모든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다. 지금 대한민국이 직면한 저출생과 고령화, 지역소멸, 주거 불안, 일자리와 소득 문제는 한 정권의 임기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과제다.

그렇기 때문에 더 필요한 것이 정치의 책임이다.

정부는 성과를 과장하기보다 부족한 부분을 냉정하게 인정해야 하고, 국회는 정쟁을 위한 경쟁이 아니라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경쟁을 해야 한다. 야당 역시 정부의 실패를 기다리는 정치가 아니라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하는 정치로 평가받아야 한다.

언론의 책임도 다르지 않다.

정치인의 말 한마디를 확대 재생산하며 갈등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그 말 뒤에서 살아가는 국민의 현실을 비춰야 한다. 권력자를 따라다니는 언론보다 시장의 상인과 공장의 노동자, 취업준비생과 홀로 사는 노인의 목소리를 기록하는 언론이 더 많아져야 한다.

명절 밥상에는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문제가 올라온다.

자녀 취업 이야기를 하다 보면 청년정책이 나오고, 부모 병원비를 이야기하다 보면 의료와 복지정책이 나온다. 농산물 가격을 이야기하면 농업정책이 보이고, 고향에서 사람이 줄어드는 이야기를 하면 지방소멸 문제가 나타난다.

어쩌면 국가정책이라는 거창한 말의 출발점은 바로 평범한 국민들의 밥상인지 모른다.

추석이 끝나면 정치인들은 다시 국회와 정부청사로 돌아간다.

그러나 국민은 다시 삶의 전쟁터로 돌아간다.

새벽시장 상인은 다시 가게 문을 열고, 직장인은 출근길 지하철에 몸을 싣고, 청년은 다시 취업사이트를 들여다본다. 농민은 논밭으로 돌아가고, 자영업자는 오늘 매출을 걱정한다.

정치가 돌아가야 할 곳도 결국 그곳이다.

국민은 거창한 약속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열심히 일한 만큼 살아갈 수 있고, 아프면 치료받을 수 있으며, 아이를 낳아도 두렵지 않고, 늙어가는 것이 공포가 아닌 사회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정치가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그 눈물이 왜 흐르는지는 알아야 한다.

올해 추석 밥상에서 우리가 들었어야 할 민심은 어쩌면 아주 단순했을 것이다.

“정치 이야기는 그만하고, 이제 우리 사는 이야기 좀 해보자.”

정치가 그 말을 제대로 알아듣는 순간, 대한민국의 정치도 조금은 달라질 것이다.

2026년 추석이 지나가는 길목에서 다시 정치의 존재 이유를 묻는다.

정치는 국민 위에 있는 권력이 아니라 국민의 삶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도구여야 한다.

그리고 모든 정치의 마지막 성적표는 국회의 의석수도, 지지율도 아니다.

국민의 삶이다.

https://sisaissue.com/View.aspx?No=4241982

 

[김성민 칼럼] 추석 밥상에서 대한민국을 보았다 - 시사의창

추석 연휴가 저물어간다. 고향을 찾았던 사람들은 다시 일터와 삶의 현장으로 돌아가고 있다. 짧은 만남의 아쉬움을 뒤로한 채 고속도로에 오른 사람도 있고, 가족을 배웅한 뒤 적막해진 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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