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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제21대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바로 오늘 아침, 법무부는 서울중앙지검 이창수 지검장과 조상원 4차장검사의 사직서를 전광석화처럼 수리했다. 권력 교체의 첫 뉴스가 검찰 간부 ‘퇴진’이라는 사실은 새 정부가 맞닥뜨릴 개혁 과제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문제는 두 사람이 ‘윤석열 체제’에서 정치적 수사를 지휘하며 검찰 권력을 사유화했다는 의혹을 받는 당사자라는 점이다. 이창수는 전주지검장 시절 문재인 전 대통령을 뇌물 혐의로 기소해 “증거 없는 정치 기소”라는 비판을 자초했고, 조상원은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사라인을 총괄하며 ‘황제 조사·늦장 무혐의’ 논란의 한복판에 서있는 검사다.
퇴직금까지 챙긴 ‘즉석 퇴장’은 헌정사적 책임 회피이자 검찰 문화의 뿌리 깊은 ‘면책 본능’이다. 공직자윤리법은 중징계 사안이 아니면 퇴직급여를 제한하지 않지만, 고위직이 수사 대상일 가능성이 짙은 상황에서 사표 수리는 곧 면죄부로 읽힌다. “매우 이른 사직은 수사 회피의 신호탄”이라는 노무현 정부 시절 사정을 이끈 박범계 전 장관의 경고가 다시 소환되는 이유다.
이창수의 이력은 ‘친윤검사’ 방정식의 전형이다. 지난해 5월 그는 “윤석열 라인의 맨 앞”이라는 평가와 함께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낙점됐다. 성남FC 후원금·도이치모터스 사건·문재인 사돈 수사 등 ‘정권 핵심의 적’을 겨냥한 굵직한 사건을 도맡아 ‘정치 검찰’의 새 얼굴로 각인됐다.
조상원 역시 ‘정권 비호’ 논란의 한복판에 있었다. 그는 2024년 명품백·샤넬백 특혜 수사를 지휘하며 “청탁금지법 공백을 악용한 무혐의” 결론을 끌어냈다. 시민사회는 “검사복 대신 ‘디올 백’ 방패를 들었다”는 촌철살인 풍자를 내놨다.
권력 남용은 결국 제도보다 사람이 만들어낸다. 미국 워터게이트 특검을 이끈 아치볼드 콕스는 “법치란 권력 유한성을 확인하는 의식”이라 말했다. 반대로 권력을 사유화한 검찰은 ‘법의 이름’으로 정치 상대를 기소하고, 권력자의 가족에는 면죄부를 부여했다.
5·18 민주화운동 45주년을 맞은 올해, “역사는 정의를 늦출 수 있지만 결코 막을 수 없다”는 교훈이 다시 울린다. 사필귀정(事必歸正)은 시간 문제일 뿐이다. 새 정부가 보복수사가 아닌 ‘합법적 특검’ 카드를 검토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검은 검찰권의 사유화를 제도적으로 차단하고, 고위직 퇴직으로 생긴 사법 공백을 메우는 최소한의 안전판이 될 수 있다.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집계에 따르면 지난 3년간 검찰이 청와대·여당 인사를 겨냥해 공소를 제기한 건수는 46건, 반면 대통령 배우자 관련 사건은 단 한 건도 기소되지 않았다. ‘비례의 원칙’이 무너진 자리에 ‘정치의 계산’만 남았다는 방증이다.
역사는 같은 오류를 반복하는 권력에게 가혹했다. 알렉시 드 토크빌은 “자유는 투명성을 영원히 요구한다”고 했다. 이재명 정부가 특검·공수처·검찰 직접수사 축소를 한꺼번에 검토한다면, 이는 ‘복수’가 아니라 ‘투명성 회복’이 될 것이다.
따라서 첫째, 디올백 의혹·도이치모터스·문재인 기소 사건 등 현안에 대해 특별검사를 통한 독립적 재조사가 필요하다. 둘째, 고위직 검사 퇴직 후 3년 동안 변호사·로펌 취업을 제한하는 ‘전관예우 차단법’ 제정이 시급하다. 셋째, 인사검증에서 ‘정치적 편향’ 판단 기준을 명문화해 ‘권력형 검사’를 제도적으로 걸러내야 한다.
공자의 말처럼 “덕은 외롭지 않고 반드시 이웃이 있다.” 검찰 개혁 역시 외롭지 않다. 시민이 지켜보고, 법이 뒷받침한다. 사직서 한 장으로 모든 것을 지울 수 있다고 믿는 순간, 그들은 이미 역사의 심판대 위에 올라섰다. 자유로운 민주주의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길은 합법적 수사와 공정한 재판을 통해 검찰 사유화를 끝장내는 일이다. 오늘의 ‘퇴직 쇼’가 마지막 막이 될 때까지, 시민의 눈은 결코 감지 않고 있다.
김성민 기자 ksm950080@gmail.com
창미디어그룹 시사의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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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민 칼럼] 사직서 수리가 면죄부 될 수 없다-이창수·조상원, 권력 사유화의 그림자 - 시사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왼쪽)-조상원 4차장(사진_연합뉴스)이재명 제21대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바로 오늘 아침, 법무부는 서울중앙지검 이창수 지검장과 조상원 4차장검사의 사직서를 전광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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