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의창 2025년 2월호=김향란 칼럼니스트] 흔히 하양은 순수함, 깨끗함, 창백함, 무결점의, 완벽함, 순결함 등을 상징한다. 그러나 자연은 한가지만을 의미하지 않음을 우린 이미 알고 있다. 다소 이분법적 사고일 수 있겠지만 한편으론 그러한 단순한 사고의 논리가 더 정확하게 판단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앞의 칼럼에서 색의 상대성에 이야기했고, 이중성에 대해서도 피력한 바 있다. 일반적으로 검정과 하양을 동시에 놓고 보았을 때 검정의 무게감으로 인해 하양을 공격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하양은 검정을 누를 수 있는 카리스마와 공격성을 숨기고 있음이다. 태양을 보라. 밝게 빛나는 빛은 어둠을 삼키고 몰아낸다. 그렇듯 하양은 배경으로써 아닌 공간과 대상의 존재감을 압도하고 경계를 설정하고 강렬한 메시지를 전..
[시사의창 2024년 6월호=김향란 칼럼니스트] 불교용어 중에서 시절인연(時節因緣)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이는 모든 사물의 현상은 그 시기가 되어야 일어난다는 것으로 명나라 말 승려 운서주굉(雲棲株宏)이 편찬한 ‘선관책진(禪關策進)’이라는 데에서 유래되었다.당시의 의미로는 시절인연이 도래하면 자연스레 부딪쳐 깨져 소리가 나듯 척척 들어맞으며 이로써 곧장 깨어나 나가게 된다라는 구절에서 따온 것인데, 오늘날에는 모든 인연에는 때가 있다는 의미로 통한다. 즉, 인연이 되어야 만나게 되고, 인연이 안되면 헤어지게 되는 사람과의 관계에 의미를 둔다.그러나, 비단 사람과의 관계만이 아니라 내가 쓰던 물건들 즉, 사물과도 시절인연은 존재한다. 내겐 비오는 날이면 항상 즐겨쓰는 우산이 있었다. 그것도 노란색 우산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