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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의창 김성민 발행인

대법원이 이재명 후보 상고심 기록 6만 쪽을 단 9일 만에 뒤집어엎으며 선거 지형을 통째로 흔들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속도가 곧 정의”라는 궤변을 내놓았지만, 국민이 궁금한 것은 과연 그들이 기록을 제대로 읽어 보기나 했느냐는 한 문장뿐이다. 전원합의체에 회부한 지 9일 만에 심리‧합의‧선고를 마친 이른바 ‘9일 재판’은 해방 이후 유례가 없다. 사법부 최후 보루가 순식간에 정치 무대 조연으로 추락한 순간이다.

부산지법 김도균 부장판사와 청주지법 송경근 부장판사는 내부 전산망에 실명 성토문을 올려 “30년 법관 생활에 이런 졸속은 처음 본다”고 일갈했다. 두 사람의 외침은 공허했다. 나머지 3,000여 판사는 입을 꽉 다물었기 때문이다. 법복을 방패 삼아 조직 평판에 기생하는 엘리트 카르텔이 다시 증명된 셈이다. 초대 대법원장 김병로가 이승만의 전화 협박을 끊으며 “대통령이라도 항소할 권리가 있다”고 외쳤던 기개는 사라졌다. 오늘의 대법원은 헌법 111조의 독립 정신을 스스로 갈아엎고 진영 논리의 전광판 위로 기어올랐다.

더 참담한 풍경은 강단 아래서 펼쳐진다. 법학을 공부하는 후배의 아들이 “검사나 판사로 가는 길은 모욕”이라며 로스쿨 진학을 포기하겠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는 “법을 배워도 정의를 실천할 판이 없다면 차라리 다른 과를 선택해서 공부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니 안타까울 뿐이다. 법학을 공부한 청년이 법조를 향해 등을 돌리는 이유는 하나다. 선배 법관이 법과 양심을 저당 잡힌 채 속도와 편 가르기에 동원되는 모습을 매일 목격하기 때문이다. 정의를 배우려던 교실은 냉소와 허무주의의 훈련장이 되었다.

대법원 사무국은 “법률심이니 사실 기록 전체를 읽을 필요가 없다”는 면피성 해명을 내놨다. 그러나 법률심이라도 기록 검토를 전제로 한다는 것은 법조계 초년생도 아는 상식이다. 서류를 제대로 보지 않았다면 직권남용, 봤다면서 9일 만에 결론을 냈다면 직무태만이다. 어떤 경우든 국민 신뢰는 파산 상태다. 이 와중에 조희대는 ‘6·3·3 원칙’을 들먹이며 자신이야말로 효율을 실현한 개혁가라 자부한다. 하지만 국민이 기억할 이름은 ‘커트라인 개혁’이 아니라 ‘9일 쿠데타’다.

더불어민주당은 헌법 65조에 따라 조희대 탄핵 소추를 검토 중이다. 민주당뿐 아니라 무당층에서도 “선거 개입 의혹이 사실이면 탄핵해야 한다”는 응답이 62%를 넘겼다. 시민단체는 대법관 탄핵 서명운동을 벌이고, 대학가에선 ‘법복 내려놓고 사과하라’는 대자보가 빼곡하다. 국민 여론이 법원의 그릇된 권위에 눌릴 수 없다고 선언한 순간, 대법원장이 버틸 지반은 사라진다.

대한민국 국회가 현직 대법관을 탄핵한 전례는 1985년 헌법재판관 김희수 파면 요구안 부결 이후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위헌적 행위를 눈감아 주는 것 자체가 더 큰 헌법 파괴다. 입법부가 칼을 빼 든다면 그것은 사법 독립을 무너뜨리려는 정치 보복이 아니라, 스스로 독립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린 대법원에 대한 마지막 안전장치다. 양형의 잣대가 피고인의 지위가 아니라 행위의 본질에 따라야 하듯, 탄핵 또한 직책이 아니라 위반의 중대성으로 판단해야 한다.

사법이 정치에 검은 깃발을 꽂으면, 정치도 곧 사법을 겨누는 악순환이 열린다. 9일 쇼트트랙 재판은 선거판을 일시적으로 흔들 수 있지만, 사법부가 잃은 신뢰는 몇 세대에 걸쳐 회복되지 않는다. 김도균‧송경근이 만든 작은 균열을 나머지 판사들이 침묵으로 메울지, 양심으로 확대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없고, 국민의 눈을 속이는 정의는 더더욱 없다. 조희대가 휘두른 속도의 칼날은 결국 제 몸을 베고 말 것이다. 법은 종이 위 글자가 아니라 공동체가 함께 지키는 약속이다. 그 약속을 깨뜨린 대가는 대법원 자신에게 돌아온다.

 

김성민 기자 ksm950080@gmail.com

창미디어그룹 시사의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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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sisaissue.com/View.aspx?No=3636674

 

[김성민 칼럼] 헌법 찢어버린 조희대, 사법 권력의 선거 참전에 던지는 최후통첩 - 시사의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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