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의창 2024년 9월호=김차중 여행작가] 천 개의 탑과 천 개의 불상이 있었던 운주사 마지막 천 번째 불상은 일어서지 못한 것일까? 세 가지의 창건 설화가 있는 곳 신비로운 운주사 앞에 섰다. 도선국사가 창건했다는 이야기와 운주스님이 창건했다는 설, 그리고 마고할미가 세웠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도선국사는 고려 태조 왕건의 탄생을 예견한 우리나라 풍수지리의 원류이며 비보풍수 이론을 만든 통일신라 말의 고승이다. 그가 이곳을 비보 사찰로 세웠다고 전해지는데 이곳의 지형이 배 모양으로 되어 배의 돛대와 사공을 상징하는 천불과 천탑을 세웠다고 전한다. 우리나라의 동쪽에 산이 높아 한쪽으로 기울어질 수 있으니 배에 돛을 단 것이다. 풍수에서 비보(裨補)는 약한 기운을 돕고 강한 기운을 가라앉히는 것을 뜻하는..

[시사의창 2024년 7월호=김차중 여행작가(글/사진)] 섬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네 시였다. 짧았던 홍도 여행의 아쉬움을 흑산도에서 채우기 위해 이틀 밤을 보낼 계획이다. 재빨리 숙소에 짐을 놓고 예약한 숙소의 차를 타고 섬 여행에서 빼놓지 못할 여정인 석양을 맞으러 상라봉으로 향했다.열두 번 휘어진 열두 굽이를 오르며 점점 넓게 보이는 바다의 전경에 섬들이 하나둘 들어온다. 마리재에 도착하자 '흑산도 아가씨' 노래가 흘러나온다. 육지를 그리워하다 검게 그을린 흑산도 아가씨의 애절한 노랫말이다. 들뜬 마음을 가라앉힌 채 잠시 이미자 선생님의 노래에 빠져든다. -이하 생략-기사원문보기 클릭 [김차중의 여행에세이] 짙은 바다 짙은 삶, 흑산도 - 시사의창[시사의창 2024년 7월호=김차중 여행작가(글/사진..

[시사의창 2024년 5월호=김차중 작가] 산중의 봄은 길다. 꽃샘추위도 모두 물러가고 봄꽃을 남긴 봄의 한가운데에 들어왔다. 첩첩산중 문경의 험한 계곡일 것이라 생각해 걱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봄은 아홉 굽이 선유구곡(仙遊九曲)에 꽃잎을 하나둘 띄워 보내며 신선처럼 머물러 있었다. 선유동 계곡의 아홉 굽이 전체의 길이는 1.8Km이다. 평지라고 치면 30분 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이지만 산골 풍경을 살피고 걸으면 넉넉히 두 시간은 잡아야 한다. 구곡 길은 제1곡 옥하대부터 영사석, 활청담, 세심대, 관란담, 탁청대, 영귀암, 난생뢰를 거쳐 이곳 제9곡 옥석대까지 이어진다. 나는 제9곡 옥석대(玉臺)에서부터 굽이굽이 물 위로 흐르는 벚꽃 잎을 따라 내려간다. 바위에 새겨진 仙遊洞(선유동)이라는 글자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