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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의창 2024년 5월호=김차중 작가] 산중의 봄은 길다. 꽃샘추위도 모두 물러가고 봄꽃을 남긴 봄의 한가운데에 들어왔다. 첩첩산중 문경의 험한 계곡일 것이라 생각해 걱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봄은 아홉 굽이 선유구곡(仙遊九曲)에 꽃잎을 하나둘 띄워 보내며 신선처럼 머물러 있었다.
선유동 계곡의 아홉 굽이 전체의 길이는 1.8Km이다. 평지라고 치면 30분 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이지만 산골 풍경을 살피고 걸으면 넉넉히 두 시간은 잡아야 한다. 구곡 길은 제1곡 옥하대부터 영사석, 활청담, 세심대, 관란담, 탁청대, 영귀암, 난생뢰를 거쳐 이곳 제9곡 옥석대까지 이어진다.
나는 제9곡 옥석대(玉臺)에서부터 굽이굽이 물 위로 흐르는 벚꽃 잎을 따라 내려간다. 바위에 새겨진 仙遊洞(선유동)이라는 글자를 최치원 선생이 썼다고 하는데, 1200년 전에도 이곳은 경치가 수려한 곳으로 여겼나 보다. 새겨진 글자 덕분에 지금껏 이곳의 지명이 이어졌을 수도 있다. 세 글자 속에는 산과 사람이 머물고 길과 물이 흐르고 있다.
계곡의 건너편에는 도암 이재(1680~1786)의 영정을 모신 영각이 있다. 그 위로 山高水長(산고수장)이라고 써진 바위가 있다. ‘산은 높고 물은 길다’라고 밖에 해석되지 않는 이 미련함을 한탄하고 높은 산을 뒤로한다. ‘높은 산을 뒤로하고 물길을 따르라’는 말인가?
옥석대에 다다랐다. 주변의 높은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이렇게 잔잔하고 고요하게 흐를 수 있는 까닭은 수많은 바위의 솟음과 깎임이 물살을 잠잠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신발을 뜻하는 (석) 자를 사용한 옥석대는 옥으로 만든 신선의 신발을 뜻하는 것일까? 옥석대 바위의 모양이 짚신을 닮았다.
소나무는 흐르는 물을 향해 기울어있고 물속에는 초록이 빛난다. 자세히 보니 물 안에도 숲이 있다. 조금씩 곡선을 이룬 굽이마다 보이는 풍경은 같은 듯 보이지만 제각각의 모습을 하고 있다. 물소리는 크게 들리다가도 작아지며 햇살은 하류로 내려갈수록 밝게 비추인다.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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