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정치는 결단으로 전진하지만, 신뢰로 존립하는 생물이다.
요즘 민주당을 흔드는 합당 문건 논란은 그 신뢰에 미세한 균열을 내고 있다.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방식이 담긴 대외비 문건이 유출되며 전북도지사 공천권이 협상 카드처럼 거론됐다는 의혹이 확산하고 있다.
당 지도부는 논의된 바 없다는 취지로 선을 긋고 있지만, ‘전북’이라는 구체적 지명이 문건에 담겼다는 것 자체가 이미 정치적 상처로 남아 있다.
문제의 핵심은 진실 공방 이전에 절차의 결핍에 있다.
당원 주권을 시대정신으로 내세운 지도부가, 당원의 의견수렴 구조를 선행하지 않은 채 합당 카드를 먼저 던져 버린 모양새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특정 지역의 광역단체장 자리가 협상의 문장 속에 스쳐 지나간 것만으로도, 전북도민에게는 자존심의 상처로 남을 일이다.
정치는 결과로만 평가받지 않고 과정으로도 심판받고 있다는 상식이 있다. 이 논란은 ‘왜 지금인가’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질문이 남는다.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높게 유지되는 국면에서, 지지율이 낮은 소수정당과의 합당을 서둘러야 할 전략적 필연성이 무엇인지 설명이 부족하다. 지방선거 승리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해서라는 해석이 나오면, 그 자체가 당 대표 리더십의 자기부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의 독단 논란까지 겹치며 정청래 대표는 ‘패싱의 습관’이란 인식이 굳어질 조짐이 보인다.
법제사법위원회나 최고위원회의 충분한 사전 논의가 생략됐다는 비판은 정책의 정당성보다 지도부의 태도가 먼저 도마에 오르고 있는 형국이다. 정청래 대표가 사과했다는 사실과 별개로 반복되는 논란은 신뢰를 복원하기보다는 갈등의 증폭으로 방향이 흘러가고 있다.
정청래 대표의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당의 통합을 위한 고뇌인지, 개인 정치의 동력을 위한 선택인지, 어느 쪽이든 당원 주권이라는 간판이 절차를 대신할 수는 없다는 원칙이 있다.
만약 대표 재선이나 권력 재편의 이해가 판단에 스며들었다면, 지금 필요한 ‘내란세력 척격’과 ‘이재명 정부의 성공’이라는 대의가 사소한 전술에 희생될 우려가 있다
정치는 힘이 아니라 명분으로 사람을 설득하는 기술이고, 명분은 절차에서 자라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정청래 대표가 던진 논란의 해법은 다음과 같이 단순하지만, 책임은 가볍지 않다.
첫째 문건 작성과 유통 경위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전북도민과 당원에게 정치적 상처를 남긴 데 대한 분명한 사과가 필요하다.
둘째 합당 논의는 속도가 아니라 당원의 총의로 설계돼야 하며, 공식적 의사결정 절차를 문서와 규정으로 고정해야 한다.
셋째 특검 추천을 포함한 인사 추천은 예외 없는 검증 시스템을 제도화해, ‘대표의 판단’이 아니라 ‘당의 절차’가 작동한다는 신호를 줘야 할 책무가 있다.
지금은 대통령의 시간이자, 여당이 국정 성공을 뒷받침해야 하는 시간이라는 현실이 있다.
그 시간의 귀중함을 아는 지도부라면, 불필요한 불협화음을 만들기보다 내부의 신뢰를 단단히 묶어 내는 데 정치적 자산을 투입해야 한다. 당원 주권은 구호가 아니라 설계이며, 설계는 절차로 증명된다는 결론이 분명히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정청래대표 #조국혁신당 #민주당 #이재명대통령 #불형화음 #당원주권시대 #신뢰
https://sisaissue.com/View.aspx?No=3970947
[김성민 칼럼] 당원 주권을 외치며 당원을 비켜 간 정치 - 시사의창
정치는 결단으로 전진하지만, 신뢰로 존립하는 생물이다.요즘 민주당을 흔드는 합당 문건 논란은 그 신뢰에 미세한 균열을 내고 있다.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방식이 담긴 대외비 문건이 유출되
sisaissue.com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김성민 칼럼] 김성태 녹취 논란이 던진 질문 (0) | 2026.03.05 |
|---|---|
| [김성민 칼럼]‘우리 편 내전’이 개혁을 갉아먹는다 (0) | 2026.02.27 |
| [김성민 칼럼] 1년 8개월 판결, 국민은 왜 납득하지 못했나 (1) | 2026.01.29 |
| [김성민 칼럼 2026년1월 2일] 녹취의 칼, 신뢰의 유리잔을 깨다 (0) | 2026.01.02 |
| [김성민 칼럼]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법사위 소위 통과에 즈음한 소고(小考) (0) | 2025.12.0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