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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 논란과 지지층 공격전, 토론의 공론장 복원해야...

민주당의 요즘 풍경을 보면, 정권을 세운 기쁨이 어느새 칼끝으로 변해 서로를 겨누는 장면이 자꾸 겹친다. 정청래 대표가 던진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구상은 ‘연대와 통합’이라는 깃발로 출발했지만, 절차와 속도, 명분과 실익을 둘러싼 이견이 순식간에 감정의 전장으로 번졌다. 합당은 결코 가벼운 의제가 아니다. 당의 노선, 공천 구조, 의사결정 규칙, 책임 정치의 주체가 통째로 재배치되는 문제다. 그러니 당연히 ‘찬반’이 갈릴 수밖에 없다.
문제는 합당의 옳고 그름이 아니다. 찬성할 수도, 반대할 수도 있다. 다만 지금의 논쟁이 ‘논리’가 아니라 ‘낙인’으로 흘러가는 순간, 민주주의는 스스로 뿌리를 갉아 먹는다. 절차를 묻는 질문이 왜 배신이 되나? 속도를 조절하자고 말하면 왜 곧장 “개혁을 방해한다”는 딱지가 붙나? 정치가 토론을 잃는 순간, 남는 것은 충성 경쟁뿐이다. 긴 문장으로 포장해도 본질은 단순하다. 말이 막히면 손가락질이 나온다. 그리고 손가락질이 많아지면, 혁신의 언어는 사라진다.
특히 최근의 분위기는 더 거칠다. 김어준, 유시민, 조국을 향한 공격이 “도를 넘는다”는 말이 공공연해졌다. 이 인물들을 신격화할 이유는 없다. 비판도 가능하다. 다만 비판의 형식이 ‘논쟁’이 아니라 ‘처형’이 될 때, 그것은 비판이 아니라 내부 숙청의 습관이 된다. 국민주권정부를 세우는 과정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기여해 온 사람들이고,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 다른 시각을 내놓을 수도 있다. 그 다름은 민주주의의 결함이 아니라 재료다. 이견이 생기면 토론으로 정리하면 된다. 공개 토론회든, 정책 연대의 범위 조정이든, 공동 강령의 재정립이든, 당원 숙의든 선택지는 많다. 그런데 왜 하필 ‘편가르기’가 먼저 작동하나?
우리는 같은 목표를 말한다. 국민주권, 개혁, 민생, 지역균형. 그런데 목표로 가는 길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를 적으로 규정한다면, 그 목표는 구호로만 남는다. 개혁은 숫자로만 밀어붙이는 행정이 아니다. 설득과 연대의 기술이다. 절차의 정당성이 약하면, 성과도 오래 못 간다. 반대로 절차가 탄탄하면, 속도가 조금 느려도 사회적 저항은 줄어든다.
나는 묻고 싶다. 우리가 지금 겨누는 칼끝은 누구를 향하나? 내란세력인가, 아니면 ‘조금 다른 우리 편’인가? 내부의 다른 목소리를 꺾는 데 에너지를 쏟는 순간, 외부의 더 큰 반격 앞에서 우리는 허약해진다. 6월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민생 과제는 산적해 있다. 집값과 돌봄, 지역 소멸, 노동 현장, 기후 재난, 교육 격차…이런 거대한 숙제를 앞두고도 내부 소모전을 계속할 건가? 개혁의 동력은 정책만으로 생기지 않는다. 토론에서 만들어진 신뢰에서 힘을 얻는다.
정청래 대표의 합당 제안도 결국 ‘과정’이 답이다. 당내 숙의 절차를 명확히 하고, 합당의 전제 조건과 선을 공개적으로 제시하고, 지지층의 우려를 숫자와 근거로 다루면 된다. 반대 의견도 존중하며, 반대하는 사람에게도 “개혁의 동지”라는 자리를 남겨두면 된다. 정치가 품격을 갖추는 순간은, 동지를 찍어내는 순간이 아니라 동지를 품는 순간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승세의 오만이 아니라 협치의 미학이다. 토론을 복원하자. 반대의견을 적으로 만들지 말자. 서로의 질문을 들을 준비가 된 공동체만이 다음 선거도, 다음 개혁도 책임질 수 있다.
김성민 기자 ksm950080@gmail.com
창미디어그룹 시사의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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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sisaissue.com/View.aspx?No=3986576
[김성민 칼럼]‘우리 편 내전’이 개혁을 갉아먹는다 - 시사의창
민주당의 요즘 풍경을 보면, 정권을 세운 기쁨이 어느새 칼끝으로 변해 서로를 겨누는 장면이 자꾸 겹친다. 정청래 대표가 던진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구상은 ‘연대와 통합’이라는 깃발로 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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