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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시민이 대통령 직선제를 끌어낸 날

1987년 6월 29일, 대한민국 현대사는 거대한 전환점 앞에 섰다. 이날 민주정의당 대통령 후보였던 노태우 대표가 이른바 ‘6·29 선언’을 발표했다. 선언의 핵심은 대통령 직선제 개헌 수용이었다. 그러나 이 선언은 권력이 자발적으로 베푼 은전이 아니었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4·13 호헌조치, 이한열 열사 피격으로 폭발한 시민의 분노가 군사권력을 끝내 후퇴시킨 결과였다.

6월의 거리는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시민들로 가득했다. 학생, 노동자, 종교인, 직장인, 상인, 주부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거리로 나왔다. 그들이 외친 것은 거창한 특권이 아니었다. 국민이 대통령을 직접 뽑게 하라는 당연한 요구였다. 권력은 이를 막기 위해 호헌을 고집했지만, 시민의 결기는 더 이상 통제할 수 없는 역사적 힘이 됐다. 6·29 선언은 대통령 직선제 개헌, 공정한 선거 보장, 김대중 사면복권, 시국사범 석방, 기본권 신장, 언론 자유, 지방자치와 교육자치 실시 등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6·29 선언을 민주주의의 완성으로 볼 수는 없다. 그것은 승리의 문을 연 사건이었지만, 동시에 미완의 과제를 남긴 사건이었다. 직선제는 회복됐지만, 군사정권의 핵심 세력은 완전히 청산되지 않았다. 그해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야권 분열은 신군부 세력의 재집권으로 이어졌다. 시민이 거리에서 획득한 민주주의가 제도 정치 안에서 온전히 구현되지 못한 것이다.

그럼에도 1987년 6월 29일의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이날은 권력이 국민 위에 군림할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날이었다. 민주주의는 통치자의 시혜가 아니라 시민의 행동으로 확장된다는 것을 역사 앞에 새긴 날이었다. 박종철의 죽음이 은폐될 수 없었고, 이한열의 피격이 침묵 속에 묻힐 수 없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진실은 끝내 거리로 나왔고, 거리는 헌법을 바꾸었다.

6·29 선언은 오늘 우리에게도 묻고 있다. 선거제도만으로 민주주의는 완성되는가. 권력기관의 책임, 언론의 자유, 시민의 기본권, 지방자치의 실질화, 사회적 약자의 존엄은 충분히 보장되고 있는가. 1987년의 시민들이 목숨과 생계를 걸고 열어젖힌 문 앞에서, 오늘의 민주주의는 다시 시험대에 서 있다.

역사는 말한다. 민주주의는 한 번의 선언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감시하고, 비판하고, 참여하는 시민이 있을 때만 민주주의는 살아 움직인다. 1987년 6월 29일은 권력이 물러선 날이자, 시민이 앞으로 나아간 날이었다.

김성민 기자 ksm950080@gmail.com
창미디어그룹 시사의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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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민의 역사 추적] 1987년 6월 29일, 6·29 선언 - 시사의창

[시사의창=김성민 기자] 1987년 6월 29일, 대한민국 현대사는 거대한 전환점 앞에 섰다. 이날 민주정의당 대통령 후보였던 노태우 대표가 이른바 ‘6·29 선언’을 발표했다. 선언의 핵심은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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