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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보다 국민을 앞세운 헌법…그 약속은 지금도 완성되지 않았다

1948년 7월 12일, 대한민국 제헌국회는 신생 국가의 기본 질서를 규정한 제헌헌법을 의결했다. 일제강점기와 해방정국의 혼란을 지나 국민이 국가의 주인임을 선언한 역사적 순간이었다. 의결된 헌법은 닷새 뒤인 7월 17일 공포됐고, 이날은 오늘날 제헌절로 기념되고 있다.
제헌헌법은 대한민국을 민주공화국으로 규정했다. 나라의 주권이 군주나 특정 권력집단이 아니라 국민에게 있다는 원칙을 국가의 최고 규범에 새겼다. 이는 왕조와 식민통치를 거쳐온 한국 사회가 국민주권의 시대로 전환한다는 장엄한 선언이었다.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헌법
제헌헌법 전문에는 3·1운동을 통해 대한민국을 건립한 독립정신을 계승한다는 뜻이 담겼다. 대한민국이 1948년 갑자기 만들어진 나라가 아니라,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로 이어진 독립운동의 역사 위에 서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과 권력분립, 국회의 입법권, 법원의 독립을 명시했다. 대통령제를 채택했지만 대통령을 국민이 직접 선출하는 방식이 아니라 국회에서 선출하도록 했다. 당시 국회는 7월 20일 이승만을 초대 대통령으로, 이시영을 부통령으로 선출했다.
제헌헌법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경제민주화 정신이다. 헌법은 대한민국의 경제 질서가 모든 국민에게 생활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할 수 있도록 사회정의의 실현과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지향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또한 중요한 자원과 공공성이 강한 사업을 국가가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해방 이후 친일 자본과 토지 소유의 불평등을 청산하고, 소수의 특권층이 경제력을 독점하는 구조를 바로잡겠다는 시대적 요구가 반영됐다.
헌법은 있었지만 헌정은 흔들렸다
그러나 제헌헌법의 숭고한 약속은 권력의 현실 앞에서 여러 차례 훼손됐다. 이승만 정권은 장기집권을 위해 발췌개헌과 사사오입 개헌을 강행했다. 이후에도 군사쿠데타와 유신헌법, 신군부의 권력 찬탈을 거치며 헌법은 국민을 보호하는 방패가 아니라 권력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악용되기도 했다.
그때마다 무너진 헌정질서를 다시 세운 주체는 국민이었다. 4·19혁명과 부마민주항쟁, 5·18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은 헌법에 적힌 국민주권을 현실의 권리로 되찾기 위한 투쟁이었다.
민주주의는 헌법 조문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권력이 헌법의 경계를 넘으려 할 때 이를 저지하는 시민의 감시와 행동이 있어야 비로소 살아 움직인다. 헌법 위에 군림하는 대통령도, 국민의 권리를 대신 소유할 수 있는 정치세력도 존재할 수 없다.
헌법의 주인은 권력이 아니라 국민이다
제헌헌법이 국회를 통과한 지 78년이 지난 오늘, 우리 사회는 다시 헌법의 본질을 묻고 있다. 국민주권은 선거 때만 국민을 주인으로 대접하는 형식적 구호가 아니다. 국가의 모든 권력은 국민의 생명과 존엄, 자유와 평등을 지키기 위해 행사돼야 한다는 실질적 명령이다.
헌법기관과 공직자는 상급자 개인에게 충성하는 사람이 아니다. 대통령과 정부, 국회와 법원, 군과 경찰을 포함한 모든 국가기관의 최종 명령권자는 국민이다. 위헌적이고 부당한 명령에 복종하는 행위는 공직자의 의무가 아니라 헌정질서에 대한 배반이 될 수 있다.
제헌헌법이 품었던 경제적 평등의 이상도 여전히 미완의 과제다. 극심한 자산 격차, 수도권 집중, 지역소멸, 노동 불평등이 지속되는 현실에서 민주공화국은 정치적 권리만이 아니라 인간다운 삶을 누릴 사회적 권리까지 보장해야 한다.
1948년 7월 12일의 제헌국회가 남긴 가장 위대한 유산은 한 권의 헌법전이 아니다. 국가보다 국민이 먼저이며, 권력보다 인간의 존엄이 앞선다는 원칙이다.
헌법은 권력자가 국민에게 베푸는 약속이 아니다. 국민이 권력자에게 넘지 말라고 그어놓은 경계선이다. 그 선을 지키는 힘 역시 종이 위의 문장이 아니라 깨어 있는 국민에게서 나온다.
김성민 기자 ksm95008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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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민의 역사 추적] 1948년 7월 12일, 대한민국 제헌헌법이 국회를 통과하다 - 시사의창
[시사의창=김성민 기자] 1948년 7월 12일, 대한민국 제헌국회는 신생 국가의 기본 질서를 규정한 제헌헌법을 의결했다. 일제강점기와 해방정국의 혼란을 지나 국민이 국가의 주인임을 선언한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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