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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로 들어가는 시간들의 흔적
따듯한 볕이 창문에 기대어 시린 마음까지 보듬어주는 날들이 많아졌다. 밖을 나가 본다. 휘적거리며 걷는 길이다. 주위를 둘러보며 길을 걷는다. 어느 짙은 색의 붉은 벽돌집 마당에서 자라고 있는 목련나무에 어린 아이가 주먹을 쥔 듯한 하얀 목련 꽃송이가 많이도 달려 있구나. 또 길을 걷는다. 버드나무가지마다 연노랑의 싹들이 혀를 내밀고 있다. 봄이 온 것이다. 지난 겨울의 추위가 주었던 움츠림의 기억이 사라진다.
[시사의창 2024년 4월호=이두섭 작가] 늦겨울 내내 다가오는 개인전에 신경을 많이 쓰다 보니 아무래도 마음이 많이 닫혀 있었나보다. 재빨리 간파하지 못한 이번 봄을 느껴본다. 살짝 억울한 느낌이 든다. 슬그머니 내 곁에 와 인기척을 내는 봄에 화들짝 놀라면서 반가운 마음을 봄에게 꺼내 보였다.
내가 자주 걷는 작은 오솔길이 있다. 서울 둘레길과 연결되어 있고 조금 샛길로 들어서면 동네 주민을 위한 체육시설이 있고 그 근처에 벤치가 놓여 있는데 약간 외진 곳이다. 그렇다 보니 사람들이 가끔씩 보이기만 할 뿐 인적이 드물어서 호젓함을 느끼며 앉아 있을 수 있는 길이다. 작은 들꽃이나 잡초를 바라보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면 시간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여러 이유로 그것만 마음에 두고 있었다. 미술은 아름다운 기술이라고 좁게 생각한 것도 문제였다. 아름다운 기술이라는 것은 한없이 포괄적인 의미가 있다는 것을 모르고 제한적으로 미술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느끼고 감각하는 화업의 세상은 자꾸 새로운 세계가 되어가고 있었다. 변화. 그것은 어떻게 이루어졌을까를 생각해보니 결국 코로나19의 시간 동안 뜻하지 않은 방향의 전개가 계기였다.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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