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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 돌봄의 한계를 넘어선 능동형 공동체 운동, 신체 회복과 정서 교류를 함께 끌어올린 현장

“하나, 둘.”

구령이 떨어지자 하얀 도복 차림의 어르신들이 일제히 발을 들어 올렸다. 동작은 느리지만 흐트러지지 않았고, 시선은 정면을 곧게 겨눴다. 60대부터 90대까지 나란히 선 대열 가운데에는 최고령인 이옥남 씨가 있었다. 아흔넷의 나이에도 품새를 잇는 모습은 ‘늙음은 멈춤이 아니라 방식의 변화’라는 말을 떠올리게 했다.

이 장면은 경기도 구리시에 있는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서울야고보지파 구리교회 체육관에서 펼쳐진다. 이곳에서 운영 중인 ‘한마음 태권도단’은 단순한 취미 모임이 아니라, 집 안에 머물기 쉬운 노년층을 바깥으로 이끌어 내는 실버 태권도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 흐름은 지역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 구리시는 2025년 7월 말 기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18.46%로, 이미 고령사회 기준인 14%를 넘어선 상태다. 고령층을 위한 돌봄 정책이 확대되고 있으나, 집을 찾아가는 서비스만으로는 외로움과 무기력을 걷어내기 어렵다는 지적도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주목받는 것이 ‘움직이는 복지’다. 실버 태권도는 고령자의 신체 여건을 감안해 기본 동작과 품새 위주로 구성되며, 근력 유지와 균형 감각 회복, 낙상 위험 완화에 도움을 주는 활동으로 평가받는다. 여기에 또래 간 교류까지 더해지면서, 혼자 버티는 노년이 아니라 함께 움직이는 노년으로 삶의 결을 바꿔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3년째 이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이옥남 씨는 아침 풍경부터 달라졌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하루를 약으로 열었다면, 이제는 도복을 챙겨 입고 체육관으로 향하는 일이 일상이 됐다는 것이다. 그는 땀 흘리며 사람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몸뿐 아니라 생활 전체를 한결 가볍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척추 질환으로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하고 걷던 고외자 씨도 변화를 체감한 참가자다. 반복되는 기합과 자세 교정 훈련 속에서 허리를 세우는 힘이 붙었고, 어느 순간부터는 앞사람의 얼굴을 제대로 바라보며 걷게 됐다고 했다. 몸이 펴지자 마음도 펴졌다는 말이 허언으로 들리지 않는 대목이다.

한마음 태권도단은 주 3회 규칙적으로 수련을 이어간다. 훈련 강도는 무리가 가지 않도록 조절하고, 근력 유지와 낙상 예방에 초점을 맞춘다. 여기에 인지 기능 저하를 늦추기 위해 동작과 리듬을 결합한 태권체조까지 함께 운영하고 있다. 꾸준한 수련은 체육관 안에만 머물지 않았다. 이들은 외부 실버태권도 대회에 출전해 성과를 내고, 교회 행사에서는 시범단으로 무대에 올라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전국노인복지단체연합회 임춘식 회장은 이런 활동의 가치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노년층의 단체 체육활동이 신체 건강 유지뿐 아니라 고립감 해소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며, 지역 공동체가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어르신 체육 프로그램은 공공 복지의 빈틈을 메우는 실질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훈련이 끝난 뒤 어르신들은 서로의 도복깃을 여미고 옷매무새를 고쳐 줬다. 기합 소리는 멎었지만, 매트 위에 남은 것은 운동의 열기만이 아니었다. 수동적 돌봄에 머물지 않고 스스로 몸을 세우고 관계를 잇는 노년의 자립, 그 또렷한 뒷모습이 체육관 한복판에 남았다.

원희경 기자 chang-m1@naver.com
창미디어그룹 시사의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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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sisaissue.com/View.aspx?No=3998721

 

약보다 도복이 먼저… 신천지 구리교회 실버 태권도, 노년 고립 끊는 새로운 돌파구 - 시사의창

[시사의창=원희경 기자] “하나, 둘.”구령이 떨어지자 하얀 도복 차림의 어르신들이 일제히 발을 들어 올렸다. 동작은 느리지만 흐트러지지 않았고, 시선은 정면을 곧게 겨눴다. 60대부터 90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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