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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감시를 선거 개입으로 몰아가는 시대착오적 풍경

선거의 계절이 다가오면 지역사회는 묘한 침묵에 빠진다. 후보의 자질과 정책, 재산 형성 과정, 이해충돌 가능성은 더 엄정하게 검증돼야 하지만 현실은 자주 그 반대로 흐른다. 특히 현직 지자체장이 다시 출마하는 선거에서는 권력 감시의 칼날이 무뎌지는 장면이 반복된다. 이유는 단순하다. 재임 기간 지자체 홍보비와 광고비, 각종 협력 사업의 혜택을 받아온 일부 언론이 공직자 검증 앞에서 스스로 입을 닫기 때문이다.
언론은 시민의 알 권리를 위해 존재한다. 그러나 지역 언론이 권력의 감시자가 아니라 권력의 홍보 대행자로 전락할 때 민주주의의 균형추는 무너진다. 지자체장의 치적 보도는 넘치는데, 재산 증가 경위나 가족 회사와 행정 권한의 관계, 각종 인허가와 예산 집행의 공정성 문제는 제대로 다뤄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언론이 아니라 포장지에 가깝다. 더 심각한 문제는 취재기자가 문제의식으로 기사를 작성해도 데스크 단계에서 막히는 웃지 못할 상황이 현실이다. 광고와 홍보비의 눈치를 보는 순간, 편집권은 시민이 아니라 권력에 예속된다.
공직자 검증은 선거 개입이 아니다. 오히려 선거 시기일수록 더 필요한 민주주의의 공적 절차다. 유권자가 후보를 판단하려면 후보의 말보다 삶의 이력, 재산의 흐름, 권한 사용의 흔적, 이해충돌 가능성을 알아야 한다. 그것을 묻고 확인하고 보도하는 일은 언론의 기본 책무다. 권력을 향한 질문을 불편하다는 이유로 고발장을 꺼내 드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고발은 때로 법적 권리일 수 있으나, 비판 보도를 위축시키는 수단으로 남용될 때 그것은 시민의 눈과 귀를 막는 압박으로 변질된다.
민주주의는 투표일 하루에 완성되지 않는다. 선거 전 검증, 선거 중 토론, 선거 후 감시가 이어질 때 비로소 시민 주권은 실질적 힘을 얻는다. 견제 없는 권력은 안락해지고, 안락한 권력은 시민보다 자기 보존을 먼저 생각한다. 그래서 언론은 때로 불편해야 하고, 때로 고독해야 하며, 때로 권력의 미움을 감수해야 한다.
지역사회에서 더 위험한 것은 노골적 탄압보다 은밀한 길들임이다. 광고비 몇 건, 행사 초청 몇 번이 쌓이면서 권력의 ‘장학생’처럼 행동하는 언론은 없는가? 질문해야 할 자리에서 박수
치며 확인해야 할 사안을 침묵으로 덮고, 시민을 대신해 따져야 할 대목에서 권력의 심기를 먼저 살피는 언론 또한 없는가?
지방선거는 중앙정치의 축소판이 아니다. 시민의 세금과 삶의 현장을 누가 책임질 것인지를 가르는 생활 정치의 본령이다. 그러므로 현직 단체장일수록 더 철저히 검증받아야 한다. 많이 알려졌다는 이유로 면제받을 수 없고, 행정을 오래 했다는 이유로 질문을 피할 수 없다. 공직은 사적 명예의 장식품이 아니라 공공의 신뢰를 위임받은 자리다.
시사의창은 권력의 편도, 후보의 편도 아닌 시민의 편에 서야 한다고 믿는다. 공직자를 향한 정당한 질문을 고발로 막으려는 풍토, 광고비의 기억 때문에 검증을 회피하는 언론의 비겁함, 데스크의 계산으로 현장의 문제의식이 지워지는 구조를 그대로 두고 민주주의를 말할 수는 없다. 언론이 침묵하면 권력은 편안해지고, 시민은 어두워진다. 2026년 지방선거가 권력의 잔치가 아니라 시민의 판단 무대가 되려면, 지역 언론부터 스스로의 펜을 바로 세워야 한다.
김성민 기자 ksm950080@gmail.com
창미디어그룹 시사의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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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sisaissue.com/View.aspx?No=4061038
[김성민 칼럼] 공직자 검증을 고발로 막는 사회, 민주주의는 후퇴한다. - 시사의창
선거의 계절이 다가오면 지역사회는 묘한 침묵에 빠진다. 후보의 자질과 정책, 재산 형성 과정, 이해충돌 가능성은 더 엄정하게 검증돼야 하지만 현실은 자주 그 반대로 흐른다. 특히 현직 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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