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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의의 중대성과 구속의 필요성은 별개…심우정 영장 기각과 대비되는 사법적 판단

종교적 호불호가 인신 구속의 근거가 돼서는 안 된다

창미디어그룹 김성민 발행인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내란 중요임무종사 및 직권남용 혐의를 받는 심우정 전 검찰총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법원이 밝힌 이유는 명료하다. 이미 수집된 증거와 사건 진행 상황을 고려할 때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할 우려가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불구속 수사의 원칙에 비춰 본다면 수긍할 수 있는 판단이다. 죄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 아니라, 구속하지 않고도 수사와 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구속영장 심사는 유무죄를 미리 결정하는 절차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판단을 95세인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이만희 총회장의 구속과 나란히 놓으면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장면이 펼쳐진다.

이 총회장은 신도들에게 국민의힘 당원 가입을 강요한 혐의 등으로 지난 6월 24일 구속됐다. 법원이 밝힌 구속 사유는 ‘증거인멸의 염려’였다. 이후 정당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앞두고 있다.

필자는 이 총회장에게 제기된 혐의를 가볍게 보자는 것이 아니다. 특정 정당의 경선과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종교조직을 동원했다면 엄정한 수사와 사법적 판단을 받아야 한다. 신도들에게 정당 가입을 강요했다면 그 역시 개인의 정치적 자유를 침해한 중대한 문제다.

그러나 혐의가 중대하다는 사실과 피의자를 반드시 구속해야 한다는 결론은 같은 말이 아니다.

형사소송법은 피의자 수사를 불구속 상태에서 진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규정하고 있다. 구속은 일정한 주거가 없거나 증거를 없앨 염려가 있거나 도망할 우려가 있을 때 제한적으로 허용되는 예외적 수단이다. 무엇보다 헌법상 신체의 자유와 무죄추정의 원칙을 침해할 수 있는 만큼 필요성과 상당성을 엄격하게 따져야 한다.

이 총회장 사건은 합동수사본부가 장기간 수사를 벌였고 교단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했다. 당원 가입을 실질적으로 주도한 혐의를 받는 핵심 간부들의 신병도 이미 확보됐다. 관련 자료와 진술이 상당 부분 수사기관의 손에 들어간 상황에서, 95세 고령의 피고인이 구체적으로 어떤 증거를 어떻게 없앨 수 있다는 것인지 의문이 남는다.

도주 가능성은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지팡이를 짚고 다른 사람의 부축을 받아 법정에 출석한 95세 노인이 생활 기반과 교단 조직을 버리고 어디로 도망한다는 말인가. 막연한 우려만으로는 인간의 신체를 구속할 수 없다.

반면 심우정 전 총장은 국가 헌정질서를 뒤흔든 12·3 비상계엄과 관련한 내란 가담 의혹과 즉시항고 포기 과정의 직권남용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법원은 수집된 증거와 사건 진행 상황을 근거로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물론 두 사건의 혐의와 증거관계, 담당 재판부가 다르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단순 비교만으로 어느 한쪽의 영장 판단이 잘못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내란 관련 혐의를 받는 전직 검찰총장에게 적용된 불구속 원칙이 왜 95세 종교지도자에게는 훨씬 엄격하게 작동했는지 묻는 것은 정당하다.

신천지를 정통 교단이 이단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사실도 구속 판단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 특정 종교의 교리와 행태를 비판하는 것과 그 종교의 지도자에게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사회적 비호감이나 종교적 낙인이 사법적 엄정함으로 포장되는 순간 법치는 여론재판으로 추락한다.

더욱이 구속은 처벌이 아니다. 아직 유죄가 확정되지 않은 사람의 신체를 국가가 먼저 가두는 강제처분이다. 만약 이 총회장이 구속 상태에서 건강 악화나 돌이킬 수 없는 신체적 문제를 겪는다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유죄가 확정되기도 전에 사실상 회복하기 어려운 형벌을 가하는 결과가 돼서는 안 된다.

필자는 무종교인이다. 신천지의 교리를 옹호할 생각도, 이 총회장의 혐의에 면죄부를 줄 의도도 없다. 다만 법은 미운 사람에게도 동일해야 하고, 불편한 종교의 지도자에게도 인권은 보장돼야 한다고 믿는다.

수사기관과 법원은 이 총회장의 계속 구금이 정말 필요한지 다시 살펴야 한다. 증거가 확보됐고 도주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낮다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도록 하는 것이 법치의 원칙에 부합한다.

법의 품격은 사회가 존경하는 사람을 대할 때가 아니라, 사회가 불편해하는 사람의 권리를 지켜줄 때 증명된다.

김성민 기자 ksm950080@gmail.com
창미디어그룹 시사의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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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sisaissue.com/View.aspx?No=4152732

 

[김성민 칼럼] 95세 이만희 구속, 법은 누구에게나 같은 잣대였는가 - 시사의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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