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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247만 동원·쇼박스 배급…부흥과 침체의 교차점에서 본 ‘천만’의 의미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이하 ‘왕사남’)가 3·1절 연휴(2월 27일~3월 2일) 동안 247만 9,973명을 모으며 누적 921만 3,408명까지 관객을 끌어올렸다. 3·1절 하루에만 81만 7,205명을 기록하며 개봉 이후 처음으로 일일 80만 관객을 넘겼고, 개봉 27일 만에 900만 고지를 밟으면서 이번 주 중 ‘천만 관객’ 돌파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천만’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한국 극장 산업이 “흥행은 천심(天心)”이라 말할 만큼, 작품성·화제성·관람 동기·상영 환경이 한꺼번에 맞물릴 때만 열리는 문이다. 최근 사례로는 2024년 2월 개봉해 1,191만 관객을 기록한 ‘파묘’가 있다. ‘파묘’와 ‘왕사남’은 모두 쇼박스가 투자·배급을 맡았다는 공통점도 가진다.

다만 ‘천만’의 등장은 늘 산업 전반의 호황을 뜻하지는 않는다. 영화진흥위원회(KOFIC) 분석에 따르면 2024년 총관객은 1억 2,313만 명으로 2019년 2억 2,668만 명의 약 54% 수준에 머물렀다. 같은 해 한국영화 관객은 7,147만 명, 점유율은 58%로 올라섰지만, 상반기 ‘파묘’와 ‘범죄도시4’ 같은 초대형 흥행이 만들어낸 ‘쏠림 효과’ 성격이 강하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됐다.

한국영화 ‘부흥기’와 ‘침체기’…언제 갈렸나

한국영화의 부흥은 대체로 멀티플렉스 확산과 제작·투자 시스템이 자리 잡은 2000년대 초·중반부터 가속했고, 2010년대에는 ‘천만’이 연례행사처럼 등장하며 전성기를 만들었다. 실제로 역대 흥행 상위권에는 ‘명량’(약 1,761만), ‘국제시장’(약 1,426만), ‘신과함께’ 시리즈, ‘극한직업’ 등 2010년대 한국영화가 대거 포진해 있다.

침체의 분기점은 팬데믹 이후다. 2021년 한국영화 점유율이 30.1%까지 떨어지며 외국영화에 우위를 내줬고, 2022년에야 한국영화 점유율이 55.7%로 반등했다는 KOFIC 발표가 이를 뒷받침한다.
이후에도 회복은 ‘완전 회복’이 아니라 ‘부분 회복’에 가깝다. 2023년에는 한국영화 관객 점유율이 48.5%로 내려갔고, ‘서울의 봄’(약 1,312만)·‘범죄도시3’(약 1,068만) 같은 메가 히트가 있었음에도 시장의 체력이 충분히 돌아왔다고 보긴 어렵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여기에 2025년에는 한국영화 관객(12월 중순 기준)과 점유율이 각각 약 4,256만, 43.7%로 ‘2010년 이후 최악’이라는 보도까지 나왔다.

요컨대 2010년대가 “화룡점정(畫龍點睛)”의 시기였다면, 2020년대 중반은 “호사다마(好事多魔)”처럼 흥행작이 나와도 산업 전체는 동반 상승하지 못하는 국면에 가깝다.

‘천만 관객’의 간극…왜 더 크게 느껴지나

천만 영화는 여전히 나오지만, 그 ‘간극’이 커졌다. 이유는 세 갈래다.
첫째, 관객 총량이 줄었다. 시장 파이가 줄어든 상태에서 초대형 작품이 관객을 빨아들이면, 중·소규모 영화는 체감 침체가 더 깊어진다.
둘째, 관람 습관이 바뀌었다. OTT가 일상화되면서 극장은 ‘특별한 이유’가 있어야 가는 공간이 됐다. 그래서 천만은 ‘영화가 좋다’만으로는 부족하고, 가족·연인·친구가 함께 움직일 명분(이벤트·화제·공감 코드)이 요구된다.
셋째, 흥행의 양극화가 심해졌다. 2024년에도 천만 작품이 여러 편 등장했지만, 그 성공이 곧바로 산업 전반의 투자·제작 활력을 의미하진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왕사남’이 관객을 끌어모으는 포인트는 어디인가

‘왕사남’의 흡인력은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무거운 역사 소재를 대중적 정서로 번역한 정교한 상업 사극”이다.

역사 소재의 ‘정서 번역’
단종 유배라는 비극적 역사 위에 ‘관계’와 ‘성장’ 서사를 얹어 관객이 감정적으로 따라갈 길을 열었다는 평이 많다. '불신과 계급의 벽' 같은 시대상을 깔면서도, 그 벽이 허물어지는 순간에 감정의 보상을 설계했다는 분석이 대표적이다.

웃음과 울림의 완급 조절
자칫 무겁기만 할 수 있는 사극에 장항준 감독 특유의 생활 유머를 배치해 진입장벽을 낮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긴장과 쉼표를 교차시키는 리듬이 ‘가족 단위 관람’에 특히 유리하게 작동한다.

배우 파워의 ‘이중 엔진’
박지훈(단종)과 유해진(엄흥도)의 조합이 '묵직한 앙상블'을 만든다는 리뷰가 힘을 얻는다. 한쪽은 비운의 인물을 섬세하게 끌고 가고, 다른 한쪽은 대중적 친화력으로 관객의 경계심을 허무는 방식이다.

연휴·입소문·배급 역량의 삼박자
설 연휴에 이어 3·1절 연휴까지 두 번의 ‘관객 이동 구간’을 정확히 통과했고, 연휴 동안 247만을 추가하며 900만을 넘어섰다. '천만 카운트다운'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결국 ‘왕사남’은 “백척간두(百尺竿頭)”에서 한 발 더 내딛는 순간을 앞두고 있다. 다만 이 작품의 천만 돌파가 한국영화 전반의 ‘부흥 선언’이 되려면, 뒤따르는 중형 흥행작들이 연쇄적으로 관객의 발걸음을 극장으로 돌려세워야 한다. 천만은 불씨일 뿐, 불길을 키우는 건 다음 작품들의 완주력이다.

김성민 기자 ksm950080@gmail.com
창미디어그룹 시사의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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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sisaissue.com/View.aspx?No=3990504

 

‘왕사남’ 921만 돌파…천만 고지 눈앞, 한국영화 흥행 공식 다시 작동하나 - 시사의창

[시사의창=김성민 기자]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이하 ‘왕사남’)가 3·1절 연휴(2월 27일~3월 2일) 동안 247만 9,973명을 모으며 누적 921만 3,408명까지 관객을 끌어올렸다. 3·1절 하루에만 81만 7,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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