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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을 추모한다는 말, 민주당은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가

원칙과 상식의 이름으로 묻는 공천 권력과 지역민심의 경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7주기를 맞아 정치권은 다시 봉하를 찾았다. 노란 넥타이와 추모의 언어가 이어졌고, 고인의 이름 앞에서 많은 정치인이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추모는 의례가 아니라 성찰이어야 한다. 꽃 한 송이를 바치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꽃 앞에서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정치를 했는가를 묻는 일이다.
노무현 정신은 거창한 장식어가 아니다. 원칙과 상식, 반칙과 특권 없는 사회, 지역주의를 넘어서는 정치, 깨어 있는 시민의 힘이 그가 남긴 정치의 뼈대였다. 올해 추도식의 주제가 “내 삶의 민주주의, 광장에서 마을로”였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민주주의는 중앙무대의 구호가 아니라 마을의 골목, 지역의 민심, 시민의 일상에서 증명돼야 한다는 뜻이다.
그 기준으로 오늘의 민주당을 바라보면 질문은 피할 수 없다. 민주당은 과연 노무현의 이름 앞에 당당한가. 전북도지사 공천 과정에서 드러난 개운치 않은 장면들은 단순한 지방선거의 잡음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절차가 있었다고 해서 민심의 상처가 저절로 봉합되는 것은 아니다. 경선이라는 형식이 있었다고 해서 공천의 명분까지 완성되는 것도 아니다.
전북은 민주당의 소유물이 아니다. 전북은 민주당이 가장 겸손해야 할 정치적 원점이다. 오랜 시간 민주당을 지켜준 지역이라는 이유로 지도부가 민심을 당연한 지지로 착각했다면 그것은 오만이다. 지역민은 표를 맡겨 둔 관리인이 아니라 주권자다. 정당이 후보를 고르는 일은 내부 권력의 배분이 아니라 지역의 미래를 맡길 공적 판단이어야 한다.
정청래 대표를 향한 전북 민심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제는 한 정치인에 대한 호불호가 아니다. 민주당 지도부가 전북도민의 눈높이보다 당내 역학과 세력 계산을 앞세운 것은 아닌지 묻는 민심의 불편함이다. 다가오는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공천이 당권 구도의 포석처럼 비쳤다면 그 자체로 무거운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노무현은 권력의 기득권과 싸웠고, 지역주의의 장벽 앞에서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그가 말한 원칙은 불리할 때도 지키는 기준이었다. 유리할 때만 노무현을 말하고, 공천권 앞에서는 다른 셈법을 들이민다면 그것은 계승이 아니라 소비다. 추모의 언어가 아무리 뜨거워도 정치의 손이 사욕으로 얼룩진다면 민심은 냉정하게 돌아선다.
민주당이 전북에서 다시 신뢰를 얻고자 한다면 먼저 반성해야 한다. 공천 과정에서 지역 민심을 제대로 들었는지, 지도부의 판단이 공정했는지, 사욕과 계파적 이해가 개입될 여지는 없었는지 스스로 따져야 한다. 민심을 이기는 공천은 없다. 민심을 거스른 승리는 오래가지 못하고, 민심을 외면한 명분은 결국 모래 위에 쌓은 성이 된다.
노무현을 추모한다는 말은 쉽다. 그러나 노무현처럼 정치하려는 일은 어렵다. 민주당이 봉하의 이름을 말하려면 전북의 민심 앞에 먼저 낮아져야 한다. 추모는 고개를 숙이는 행사가 아니라 권력이 욕망을 내려놓는 순간 완성된다. 지금 민주당에 필요한 것은 더 큰 구호가 아니라 더 깊은 반성이다.
김성민 기자 ksm950080@gmail.com
창미디어그룹 시사의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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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민 칼럼] 노무현을 추모한다는 말, 민주당은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가 - 시사의창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7주기를 맞아 정치권은 다시 봉하를 찾았다. 노란 넥타이와 추모의 언어가 이어졌고, 고인의 이름 앞에서 많은 정치인이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추모는 의례가 아니라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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