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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의창 2024년 4월호=박기하 변리사] 고객의 발명이나 고안, 디자인, 상표 등의 지식재산권이 적절하게 보호받을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다 보니 직접 고객을 만나 상담해야 하는 일이 적지 않다.
코로나19의 팬데믹을 겪으면서 비대면 회의나 상담도 많이 늘었지만, 여전히 직접 자신이 개발한 제품을 보여주기를 원하거나 자신들의 아이디어가 비밀이 유지될지에 대해 노심초사하여 직접 만나 상담을 받고 싶어하는 고객들이 많다.
변리사라는 자격시험에 합격한 지도 2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 업무를 하다 보니 이제는 처음 몇 마디만 나누어도 고객이 무슨 이야기를 할지, 대화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지 어느 정도 감이 잡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당연하게도 이렇게 지레짐작하는 생각이 모두 맞지는 않는다. 내가 기대하는 대로 대화가 흘러가지 않을 수도 있고, 다음에 미팅을 더 하거나 메일이나 전화로 연락을 주고받다 보면 처음 만나서 나누었던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업무가 전개되는 경우도 부지기수이다.
다른 전문직역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변리사는 모든 기술 분야에 대해 숙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러한 다양한 고객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내가 특허, 상표에 대한 법률지식이나 경험이 좀더 많다고 고객보다 우월한 위치라고 생각하며 대화하기보다 상대방이 해당 기술이나 브랜드에 대해 훨씬 더 고민했음을 기억해야 한다.
결국 대리인이나 유능한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덕목은 사건을 잘 수임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충분히 생각해 보는 것,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잘 기울이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는 비단 대리인이나 전문직역 등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어떠한 위치에서 어떠한 사람을 만나든지 내가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듣고,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다 보면 좋은 만남, 좋은 대화, 그리고 내가 바라던 비즈니스가 되지 못한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지만, 내가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마음으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할 수 있어야 한다. 특허청 절차를 대신하는 대관 업무를 하는 경우나 다른 당사자와의 분쟁 절차를 대리하는 경우에도 어려움이 생길 때 고객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 보고 충분히 고민해 보았을 때 좋은 결과로 이어졌던 것 같다.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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